신 인류, 족으로 진화하다

 

[프라브족], [플리퍼족], [슬로비족], [니트족]… 신문에서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메트로섹슈얼], [레트로섹슈얼], [위버섹슈얼], [크로스섹슈얼]… 새로운 섹슈얼이 등장했나 하면 또 다른 변종이, 그리고 그 변종이 등장하며 엎치락 뒤치락 한다. 과연 이 많은 족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 족들은 누가 만든 것일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들 중 하나라도 궁금해 해 봤다면 당신은 이 글을 계속 읽어도 좋다.


족의 기원

 

[족族]이란 원래 생물을 분류할 때 쓰는 말 이지만, 현대적인 개념의 [족]은 동질적인 가치관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족]이라는 구분이 있기 전에도 사람들을 구분 짓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신분으로, 계층으로, 세대로, 인종으로 동질적 집단을 구분하는 일은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데 편리함을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의 출현은 어디서부터였을까? [히피hippie] 이전에도 [비트세대beat generation], [보헤미안bohemian] 등 특정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은 계속 있어왔지만 [히피]에 이르러 [족]으로 인정할만한 요건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히피]라고 불려지는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물질문명과 국가권력에 반대하며 자유와 사랑을 찾고, 평화를 갈구하며 꽃을 상징으로 삼았다. 장발, 수염으로 대표되는 차림새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이가 같아도 전혀 다른 사람들, 또한 나이가 달라도 동질적인 사람들, 이들을 위해서 연령별 구분이나 계층 구분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언어적인 차원에서의 [족]의 기원은 일본이었다. 1947년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斜陽)]이란 소설이 인기를 끌어 [사양족(斜陽族)]이란 말이 크게 유행하자, 그 뒤부터 일정한 집단을 지칭하는 말에 [-族]이란 접미사를 붙이는 조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주1> 하나의 문화현상이 사회현상으로 확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80년대 말 ~ 90년대 초에 나타난 [오렌지족]이 시초일 것이다. [오렌지족]은 압구정동에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부모님 돈으로 유흥비를 흥청망청 써대는 갑부 2세에 대한 비판이 담긴 말이었다. 이를 따라 [야타족], [귤족] 등이 등장했는데, 이런 [족]의 등장은 이전에 없던 사람들이 새로 태어났다가 보다는 이슈화되는 사회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 그러므로 [족]은 사람들 그 자체보다는 현상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현상들은 하나하나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타날 때,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전문회사들이 나타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족의 진화

 

이후 [족]은 [미시족Missy族]에 이르러서 소비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다. [미시족]이라는 말은 원래 일본의 한 패션회사가 70년대에 만들어 쓴 말이었다. 이것은 매스마케팅에서 벗어나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타겟마케팅의 시작과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초 한 여성복 업체가 “커리어우먼과 그들을 동경하는 주부”를 타깃으로 한 여성복을 만들고, 이 말을 광고에 활용하면서 대중화되었다. 그러면, 아래 [미시족]에 대한 설명을 보자.

 

결혼한지 얼마 안 되는 여성들이나 마치 처녀와 같은 모습을 지닌 주부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이들은 대부분이 자기 연출에 강하고 자신에 대한 투자가 과감하여 직업이나 외모 등 자기 발전에 열심이다. 또한 대부분이 가정의 일도 직업의식으로 대하며 남편과의 가사 분담 등으로 남녀간의 동등한 생활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들은 그만큼 개성 창출 결향이 강한데다 제품 구매의 빈도 수도 적지 않아 유통업계로부터 크게 주목 받는 계층이다.

 

여기 [미시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족]에 관한 속성은 “동경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고 제안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동경할만한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모델 제안이 있고, 그 모델과 같은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비가 필요하다는 부추김이 있다. [족]이 가진 매력과 소비를 충동질하는 속성은 그 [족]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그 [족]은 상품과 서비스를 따라 진화하며, 소비력 있고 적응력이 좋은 쪽이 살아남는다.


족을 바라보는 세 가지 방법

 

이렇게 [족]은 한가지 개념으로 머물지 않고 필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족]을 바라보는 입장이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서도 [족]에 관한 해석이 각각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족을 바라보는 세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학의 입장, 마케팅의 입장, 소비자의 입장이 그것이다.

 

사회학의 입장에서 [족]은 연구대상이다. 이들은 존재하는 현상을 간파하고 개념을 정의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00년대 초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보보스Bobos]를 예를 들어 이야기 해 보자. [보보스]는 2000년 미국 [데이비드 브룩스 David Brooks] 가 [보보스 BOBOS in Paradise]라는 책을 펴 내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미국 유수 신문 잡지의 기자, 편집장, 논설위원으로 활동중인 그는 새롭게 등장한 지배 엘리트 계층의 등장과정과 문화 및 생활양식을 분석하여 [보보BOBO : Bourgeois Bohemian]라는 개념을 내어놓았다.

 

마케팅의 입장에서 [족]은 타겟에 대한 탐구이자 시장 그 자체이다. 이렇게 이슈화 된 [보보스] 개념이 가장 먼저 활용된 영역은 마케팅이다. 기업의 담당자들은 [보보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구축한다. 또한 그들은 [보보스]에 [족]을 붙여 사람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각종 광고와 홍보를 통해 [보보스족]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모델을 제안하고, [보보스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소비를 충동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족]은 자아정체성 찾기이다. 현대인들은 학연, 지역 커뮤니티, 동호회, 브랜드 소비, 혈액형 등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집단을 찾아 그에 소속되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더욱 각광 받고 있는 것이 [족]에 대한 소속감이다. 자신과 같은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자아성취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대해 “나는 [보보스]이자 [딩크족DINK]이자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족이야” 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족]에 대한 이해는 각기 따라 다르다. 어떤 [족]이 크게 히트를 치면 각 이해집단의 필요성에 따라 아류[족]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활용되고 변화된다. 어떤 [족]은 오랫동안 생명력을 지속하며 진화하고 계속 아류[족]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어떤 [족]은 관심을 얻지 못하고 금방 사라진다. 어쩌면 적자생존의 법칙을 가진 생물종의 특성과도 닮아있다. 진화 과정에서의 족은 더 이상 만들어내는 사람들만의 것도, 전달하는 사람들만의 것도, 활용하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이런 [족]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족]들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한다. 이것은 또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에 대한 역사책이고, 미래를 보여주는 예보가 된다. 소비자를 알고 미래를 보고자 하는 마케터라면 [족]에 항상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활용하며 진화를 선도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출처 : 브랜드리포트 / 장인성 (메타브랜딩 플래닝실 팀장)  

by 루니 | 2007/08/16 17:31 | 마케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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